삼성전자 실적이 발표되었다. 어닝 서프라이즈. 시장 컨센서스보다 다소 높은 성적이 나왔다. 매출 65조, 영업이익 9조 3천억.(이게 이 세상 숫자냐)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들을 참고해 보면, 반도체 3.5조 원, IM(모바일) 4.3조 원, 가전 1조 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갤럭시 21이 잘 팔렸고, 코로나 상황에서 가전제품들의 수요가 상당히 증가했다. 프리미엄 디자인 가전인 Bespoke가 젊은 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내 친구네 집도 저거 샀는데, 좋긴 하더라.)
안타깝지만, 당장 9만원은 어렵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목도하고 있는 바와 같이 삼성전자 주가는 잠깐 움찔 하더니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왜 이러는 걸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나는 짧은 시일 내에 9만원을 다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근거를 삼성전자 실적의 내용과 유동성의 관점에서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근거1. 스마트폰 산업의 미래가 불안하다.
우리 모두 체감하는 바이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이미 거의 완료되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이미 보편화 되었고, 새로운 모델이 나오더라도 예전 모델에 비해 대단한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3과 갤럭시4는 성능과 기능, 디자인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났지만 20과 21은 거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일부 기능은 다소 후퇴하면서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신모델의 매력 하락은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를 늘리게 되고 이는 곧 판매량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당장 올해 2분기에는 스마트폰 매출의 감소가 확실시 되고 있다.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량이 감소할 예정인데다 갤럭시 21의 신제품 효과가 점차 소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근거2.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에 대한 공급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D램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분기에는 반도체 사업의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대는 이미 1월에 반영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반도체 부문 예상 영업이익은 5조원으로, 1분기에 비해 30%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 주가는 1월에 이미 6만원에서 8만원 초반으로 올라 있다. 이미 30%정도 올라 있는 것이다. 4월에도 가시화되지 못한 기대가 1월 당시에 이미 반영된 것이다.
(이렇게 직관적으로 비교하는 게 딱 맞지는 않지만, 이해는 쉬울 것 같다.)
게다가 2분기에 모바일 부문에서의 매출 감소가 확정적이기 때문에 실적 전체적으로 강한 상승은 어려운 상황이다.
근거3. 시스템 반도체 투자의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았다.
연초에 여러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밸류를 예전에 비해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연달아 내놓았었다. 그 핵심 근거가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였다. 공급 사이클이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달리 시스템 반도체는 항시적인 수요가 있고, 앞으로 그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예정이므로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반도체 파운드리 1위인 대만의 TSMC가 25배 이상의 per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월 당시 10배 정도였던 삼성전자의 per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이어졌다.(1월의 밸류여서 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합리적인 주장이었고, 이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매우 높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가시적으로 올라가고 있지는 못하다. 기술력으로도 아직은 TSMC가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언젠가 삼성전자가 기술력과 케파를 확보하고 점유율도 늘려 가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근거4. 유동성이 부족하다.
삼성전자가 1월에 9만원을 터치했던 것은 전적으로 유동성의 힘이었다. 코스피의 30%정도를 단독으로 차지하는 기업의 주가가 저 짧은 기간동안 30% 가량 오르는 것은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기대 하나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유동성 유입의 가장 주요했던 요인은 달러 약세로 인한 외국인 자본의 유입이었다. 여기에 동학개미의 불꽃튀는 투자가 더해져 이 무거운 주식을 단숨에 들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환율의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외국인이 빠져나가고 연기금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지금의 주가가 형성되었다. 그러니까, 최소한 시장의 3주체 중 2주체의 힘이 더해져야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개인의 매도세도 상당부분 감소한 상태다.(지칠 때가 됐지)
외국인이 돌아오려면 다시 달러 약세가 되어야 하지만, 미국의 실물 경기가 살아나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그러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다. 결국 삼성전자의 실적개선 하나만으로 주가를 들어올려야 하는데,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앞으로 당분간은 어려워 보인다.(실적이 오르더라도 외국인이 얼마나 매수할지는 미지수다.)
외국인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기관을 중심으로 강한 자금 유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연기금은 기계적으로 매도하거나, 아주 제한적인 매수만 가능하다. (최근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보유 비율 기준을 1%올리긴 했지만 매도를 줄이는 정도이지 공격적인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여타 기관들도 밸류에 대한 평가, 자금의 부족 등 각자의 사정으로 매수에 소극적이다.
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월 이후의 흐름은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낸 매물을 개인이 받아내는 형세다. 이 두 중 하나라도 매수세로 돌아서야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리
위에 제시한 4가지 요인으로 인해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는 빠른 상승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1월의 9만원을 추억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 가격에 도달하겠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삼성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날이 일찍 왔으면 좋겠다. 삼성전자만큼 성장성과 배당성을 함께 갖춘 주식은 매우 드물다.
c.f) 이번에 서프라이즈가 났는데도 왜 주가가 오르지 않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현재의 주가가 더 강한 서프라이즈에 맞춰 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어닝 쇼크가 났다면 주가가 상당히 흔들렸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밸류에 걸맞는 실적을 보였으므로 8만원이 무너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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