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인 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하루 거래대금이 코스피+코스닥 전체를 뛰어넘는 기염을 토하는 중(정말 토할 정도의 거래량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미 전고점을 돌파했다. 그렇다면 지금 코인 시장에 들어가도 되는 걸까. 나는 부정적으로 본다. 무엇보다 소자본을 갖고 있는 개인들이 빚을 내서 들어가는 것은 절대로 해선 안된다고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코인 가격 상승을 일으킨 요인들이 하나씩 소멸하거나,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들. 2천여 종류가 있다고 한다.)을 통칭해서 '코인'이라고 썼다.
근거 1. 미국 증시의 상승이 코인으로 흘러간 유동성을 되돌린다.
최근 시장의 유동성이 코인으로 이동한 핵심 원인은 꾸준히 상승하던 증시가 횡보세로 돌아서자, 변동성을 갈구(?)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코인에는 펀더멘탈이 없기 때문에 유동성을 유일한 변수로 삼아 가격이 움직인다. 그런데 주식시장의 횡보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코인으로 이동하는 자금이 많아졌고 가파르게 오르는 코인 가격이 새로운 자금의 유입을 불러와 지금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경기 회복과 부양책 실시, 연준의 시장 친화적인 스탠스 확인 등 증시에 호재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증시가 오르기 시작했다. 근 6개월 정도 횡보하던 나스닥 성장주들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다우도 사상 최고가를 여러 차례 경신했다. S&P500도 최고가를 경신했다.(4/12 기준) 이는 코인으로 몰려갔던 자금들이 이익을 실현하고 증시로 회귀하도록 만들 충분한 동인이 될 수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코인의 가격은 오직 유동성 하나만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유동성은 흐름이 흐름을 불러오는 성격을 갖는다.(여기 돈 모여! 언넝와!) 증시가 오를수록 코인으로 이동했던 유동성의 회귀가 빨라질 것이다.
근거 2. 은행들의 비트코인 투자 선언은 파생상품 출시 광고였을 뿐이다.
비트코인의 상승을 추동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몇몇 거대 기업들과 투자은행들의 비트코인 투자 선언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투자은행들이 구체적으로 비트코인을 얼마 구매했는지 발표된 것은 없다(법적으로 가능하긴 한 건가?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이라서.) 다만, 지금까지 이들 은행이 내놓은 것은 비트코인 선물 ETF로, 파생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이건 결국 거래 수수료를 챙기겠다는 뜻인데, 생각해 보면 은행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다. 리스크 없이 수익을 올리는 것이 지상 과제인 은행 입장에서 직접 코인을 구입하는 것보다 투자상품을 통한 수수료 수익을 취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코인이 올라도, 떨어져도 돈을 번다. 이는 은행의 자금이 코인 시장으로 들어와 가격을 떠받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위 기사를 근거로 판단하자면, 기관(사모펀드 등)이 투입한 자금이 빠지는 시기가 하락을 초래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근거 3. 정부와 중앙은행이 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절대)원치 않는다.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자산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원래 비트코인을 만든 이유가 제도권 화폐의 패권, 정확히는 달러의 패권을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골드만삭스나 블랙록 등 거대 기업들이 투자를 선언하면서 코인이 제도권 화폐로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받고 차를 팔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기업이 비트코인으로 자사 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하더라도 이 화폐가 '정부가 보증하는' 법적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권을 통해 시장을 관리할 능력을 스스로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그래서도 안된다). 코인이 공인된다면 정부가 그 가치를 보증해야 하는데, 이렇게 변동성이 심한 데다 정부가 발행한 적도 없는 화폐에 대해 정부 스스로 책임을 자처할 이유가 전혀 없다. 실제로 미국의 옐런 재무장관은 코인을 '극도로 위험한 자산'이라고 했고 나아가 코인 거래에 대한 규제안을 실시할 것을 예고했다. 우리나라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이것은 화폐 발행권을 가지고 있는 정상적인 국가라면 너무너무, 너무나 상식적으로 취해야 할 태도다.
또한 기업들이 코인을 결재 수단으로 지정한다 해도, 그 약속이 계속 지켜질 거라는 기대를 하는 것도 섣부르다. 예전에 온라인 게임 판매 사이트인 스팀(store.steampowered.com/)은 비트코인 결재를 허용했다가 지나친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취소한 바 있다. 코인 시장의 변동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코인 중 가장 무거운 비트코인조차 하루 10%정도는 가뿐히 위아래로 움직이니까.
몇몇 사람들은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를 직접 발행할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코인의 미래를 밝게 점친다. 그것은 기존의 코인을 수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달러나 위안화, 유로 같은 '기존의 화폐'를 새로운 방식으로 유통시키겠다는 뜻이다. 중국이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달러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크다.)
근거 4. 추가 이슈가 없다
코인 가격의 특징은, 개별 이슈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의 트윗, 투자은행들의 발표, 또는 코인 가격을 시시각각 중개하는 언론의 기사, 옆자리 동료가 돈을 벌었다는 풍문 등. 코인에는 펀더멘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변동시킬 요인이 이런 단기적이고 개별적인 이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코인과 관련된 추가적인 이슈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가격이 너무나 올라 있는 상황에서(1년 간 대강 9.5배 정도 상승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코인 가격 상승을 유도할 만한 이슈를 만들어 내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게다가 미국 중앙정부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머스크의 저 트윗 하나로 15%가 올라갔다면, 또 다른 누군가의 한마디로 그만큼 내려갈 수 있는 것이 코인의 가격이다. 그것은 이미 우리가 2018년에 경험 한 바 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나름의 근거가 있긴 하지만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코인은 같은 코인이라고 생각한다.
근거 5. 차트에 대한 생각 - 압도적인 거래량에 비해 가격 상승이 크지 않다.
차트를 분석하는 사람들은 가격의 변곡점을 거래량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거래량이 높은데도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하락장을 예측한다. 최근 며칠간 코인 거래 사이트 중 하나인 '업비트'의 하루 거래대금은 22조로, 코스닥과 코스피를 합친 것보다 많았는데, 가격은 횡보했다.(비트코인 거래대금은 5조 원 정도로 전체의 20%에 조금 못 미쳤다.) 이것은 코인을 사는 사람 못지않게 차익 실현을 하면서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거래 대금은 거래소 하나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는 것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앞으로 얼마나 급락과 급등을 반복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이미 코인의 거래량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 정도의 거래량이 일정 기간 유지되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그 이후에는 하락장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족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이 두 종류의 코인은 전혀 다르다.(이 글에서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져서 패스) 비트코인은 그나마 좀 덜하지만, 알트코인은 완전, 완전히 '도박의 영역'이다. 지금 빚을 내서 코인 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꾼'들이 가득한 도박장에 집문서를 갖고 들어가는 것과 같은 행동이라고 본다.
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다. 모두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계실 것 같다.(갑자기 공손?) 나는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 전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가 코인을 사지 않는 것은 저렇게 큰 변동성을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 성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코인의 가치'에 대해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설마, 이런 게 꼰대?)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필요도, 의지도, 자격도 없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머리와 손가락을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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