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글을 씁니다. 카카오톡 메세지,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의 댓글, 포스팅, 업무상 필요한 공문, 긴 호흡의 보고서나 논문.. 상황과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여라 종류의 '글'들. 글쓰기는 쉬우면서 어렵고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합니다.
어떤 작가는 글쓰기가 자신의 존재 증명이라고 했고 또 어떤 이는 글쓰기가 배설행위와도 같다고 하죠. 또 어떤 철학자는 언어가 곧 존재라 하더라고요(뭔소리?) 각자의 맥락에서 모두 다 맞는 이야기죠.
저는 한때 글에 욕심이 있었습니다. 학생 시절엔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까 하는 고민에 글쓰기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대학의 교양 강의를 혼자 신청해서 듣기도 했지요. 글솜씨가 뛰어난 친구를 보며 질투심에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잘 하고싶어하는 걸 너무 쉽게 하는 녀석을 보며 힘들어하던, 참으로 참으로 '찌질한' 시절이었죠. 하른 한편으로는 겉멋이 잔뜩 들어서 어떻게 하면 폼나는 문장을 쓸 수 있을까 하루종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보면 심각한 오글거림과 닭살로 인해 호흡곤란이 올 지경이지만요.
그러던 중 짧은 글을 강요하는 트위터가 등장하고, 페이스북이 나와서 경쟁을 하더니 이미지를 위주로 하는 인스타그램이 대유행을 해버렸습니다. 긴 글의 가치는 점차 줄어들었죠. 급기야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텍스트 자체의 가치가 인터넷 상에서 빠르게 축소되었습니다. 빨라지는 인터넷 속도와 와이파이의 대중화가 어우러지면서 동영상의 보급은 (제 생각보다)훨씬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던 저에게는 살짝 충격이었습니다. 고작 2-3줄로 뭘 쓸 수 있다는 거지? 서론-결론-본론도 못하는데!!(= 이것이 꼰대닷) 라는 생각이었죠.
최근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수많은 글들 중, 끝까지 읽을만한 긴 호흡의 글을 얼마나 보았던가. 그리고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갈수록 희소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인스턴트 같은 짧은 글의 자극에 지친 사람들이, 때로는 좀더 긴 시간 머물 수 있는 글들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 말이죠.
글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것일까. 내가 말하고 싶은 '이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일까.. 이런 쓸데 없는 생각으로 며칠을 고민하던, 지금보다 꽤 어렸던 시간들을 위로하고 싶어서인지 종종 이런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사진과 그림 없이 글자만 이렇게 늘어 놓은, 게다가 유익한 정보도 없는 글을 여기까지 읽어 주셨다면 지금 이 포스팅을 클릭한 분도 인스턴트 문장들에 지치신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보의 홍수인 인터넷에 작은 물방울을 더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오늘은 정보도 아니고 인스턴트도 아닌 그 어떤 애매한 장소에 창피한 글 하나 남겨 봅니다.
언젠가는 예전에 정리해 두었던 '글쓰기 요령?' 이런 것도 한번 포스팅 해볼까 합니다. 제가 잘 써서 그런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요령들 중 제가 공감한 것들을 모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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