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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키라떼 2021. 8. 12. 15:26

오랬동안 포스팅다운 게시물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네요. 개인적으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기도 했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구상하는 시간도 보냈습니다. 틈틈히(아니, 실은 거의) 육아를 하며 아이와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린 아이는 하루 하루가 달라서 그 모습들을 따라가는 것만 해도 벅차네요.

 

최근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사-토론-언어 교재를 만들어 보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가지 변화들에 대해 기본적인 설명을 하고, 그것과 관련하여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방식의 교재입니다. 서점에 가면 이런 형식의 책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긴 합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의 접근이 식상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제가 기존의 교재들과 다르게 접근하려는 지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1.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들은 기존에 없었던 것들이다.

제가 보았을 때, 기존의 교재들은 기본적으로 내용 요소가 비슷했습니다. 안락사와 임신중절수술, 사형제도, 환경문제 등 누구나 한번쯤을 들어 보았을, 고전적인(?) 윤리적 논쟁들이죠. 이 논쟁과 관련된 관점들도 늘 비슷하게 설명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팬데믹 이후 급속하게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와 데이터혁명은 우리가 다루어야 할 새로운 이슈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뉴럴링크'라는 회사에서는 인간의 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와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이미 돼지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이 사업은 직관적으로 보아도 대단히 논쟁적입니다. 정신질환과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뇌 질환의 정복 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예찬론부터 뇌 해킹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도 찾아볼 수 있죠. 나아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신학적인 논쟁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최근에는 종교적인 관점의 주장들이 힘이 잃어가고 있습니다만).

 

또한 인류가 이 기술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법적-제도적 접근도 필요합니다. 경제적 수익성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보아 왔던 그 유명한 철학자들이 인간의 마음이 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고 진지하게 주장하거나 마음은 심장에서 유래한다고 진지하게 주장한 것을 상기해 본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재차 음미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기존의 고전적인 주제들의 가치도 유효합니다. 인류 사회의 본절적인 부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새로운 이슈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재도 충분히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최근의 사회 변화가 기존 사회 이슈들에 대한 관점을 바꾼다.

2019년, 우리나라에서 낙태죄가 헌법 재판소에서 헌법 불일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후속 법안은 지금도 국회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큰 방향성은 정해진 것이죠. 재작년의 일인데도 이미 먼 과거의 일 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은 당시 이 판결이 일어날 때 우리 사회가 이 쟁점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습니다. 기존에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쟁점은 주로 '아이의 생명 존중(뱃속의 태아도 인간이므로 이를 죽이는 것이 살인과 같다는 관점)', '종교적인 관점(하나님이 준 생명을 인간이 해치면 안된다는 기독교적 입장)'과 '산모의 행복추구권'이 충돌하는 형식이었습니다. 특히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나 심각한 장애를 가진 태아에 대한 중절수술이 논쟁의 핵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몸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관점이 매우 지배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주장에는 태아는 주체적인 생명체가 아니라 임신한 여성의 부차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잠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논점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당시에 거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유명인들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지요. 당시 우리 사회가 임신 당사자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사자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그러한 생각이 널리 확대되어 있었던 것으로 (저는)생각했습니다. 페미니즘의 확대, 개인주의 문화 등 여러가지를 원인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만 기존에 작동하던 여러 논쟁의 틀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 만은 분명하지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가치관이 변화 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최근의 사회인식의 변화는 기존의 사회 쟁점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을 상당부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청소년들은 과거의 시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입니다. 이에 맞는 시각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한 동시에 고전적인 시각도 어느정도는 함께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질문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

예전부터 토론 교재를 보거나 집필할 때 마다 느껴왔던 것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여러 교재들이 토론 주제를 제시할 때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특히 '--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라는 표현이 참 많죠. 참 애매한 표현입니다. 저는 이런 질문을 볼 때 마다, 저자에게 스스로 답을 작성 해 보라고 요구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좀더 관심이 있는 부분은 '새로운 이슈에 알맞는 질문의 내용이 무엇일까'하는 점입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최근의 이슈들은 과거에 비해 '생활 밀착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안락사 문제는 살아가면서 한번 정도 마주할지 모르는 질문이죠. 하지만 뉴럴링크가 성공해서 정말로 칩이 개발되면 어떨까요? 전 인류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킬수 있습니다. 펜데믹과 백신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공지능 개발도, 이 모든 일들은 평범한 우리 모두의 삶을 이미 바꾸고 있고, 앞으로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이슈들에 관해 토론할 주제들은 과거와 같은 가치론적인 부분에서 벗어나 보다 일상적인 선택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질문을 개발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 생각하고 있는 주제들

지금까지 선정하고, 또 자료를 모으고 있는 주제들입니다. 세부적인 내용의 구성과 논점들에 대해서는 좀더 긴 시간을 갖고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냥 브레인 스토밍 하는 정도 수준입니다. 앞으로 종종 블로그에 생각을 정리하면서 교재를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1. 4차 산업혁명

 - 데이터 혁명

 - 플랫폼 산업(구글, 네이버, 배민) - 신경제와 플랫폼 독점

 - 바이오 혁명

 - 산업구조의 변화

 - AI와 일자리의 변화

 -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

 - 기술 양극화 문제

 - 메타버스

 

2. 코로나 팬데믹

 - 팬데믹의 발생과 대응

 - 인류는 비대면으로 살아갈수 있을까

 - 국가의 방역과 개인의 자유

 - 팬데믹과 양극화

 

3. 양극화와 사회갈등의 고조(독립된 주제로 다룰지 고민)

 - 자본이익과 노동이익

 -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으로 인한 자산 양극화

 - 양극화가 가져온 사회갈등(극단주의와 포퓰리즘)

 

4. 저출생

 - 저출생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들 

 - 저출생의 여러 원인들 : 저성장, 양극화, 저임금, 양육여건, 문화적 요인 등

 - 저출생은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인가?

 

5. 젠더 갈등

 - 세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젠더인식

 - 페미니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여러 영향(극단주의 배제)

 - 젠더갈등이 불러올 수 있는 여러 문제들

 

6. 환경문제

 - 기후 위기의 현황

 - 환경문제의 종류 - 온난화, 미세먼지, 플라스틱 등

 - 경제와 환경의 관계

 - 환경과 신재생 에너지

 

7. 공장식 축산과 동물권 문제

 - 공장식 축산의 현황

 - 동물의 행복 추구권을 인정할 것인가

 - 육식, 반려동물, 의류, 동물원, 아쿠아리움 등 동물산업

 - 환경과 축산

 - 바이오 미트

 - 비건주의자들의 주장

 

8. 뉴 미디어와 언론, 저널리즘

 - 언론의 신뢰도

 - 뉴 미디어(포털, 유튜브 등)가 언론환경에 미친 영향

 - 우리나라의 언론 신뢰도

 - 비판적 읽기의 필요 

 - 언론산업의 구조

 - 가짜뉴스 문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9. 미중 갈등과 국제적 문제들

 - 미중갈등의 양상

 - 미얀마 사태

 - 글로벌 기업과 국제적 대응

 

10. 미래 사회에 대한 여러 주장들

 - 코로나 이후 세계에 대한 여러 전망들


이외에도 몇가지 주제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냥 생각을 풀어내는 것과 하나의 '교재'로 엮어내는 일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교재를 만들어 본 경험은 있었지만 모두 공동 작업이었고,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혼자만의 기획이기에 많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뭐, 상관 없습니다. 중간에 포기하면 시도한게 어디냐~ 하면 그만이고, 끝까지 완성한다면 마흔이 되기 전의 제 자신에게 주는 큰 선물로 여길 생각이거든요. 일단 완성되면 개인적인 차원에서 교재로 활용해 보고자 합니다. 그 이후에는 상황 봐서 되는 대로 생각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