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생부터 구입 가능한 상품입니다.'
편의점에서 막걸리 한 병을 사니 기계가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말을 툭 뱉어냈습니다. 벌써 20년 전이 되어 버린 2002년. 이제 그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술을 마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네요. 저같은 아저씨에게 2002년은 붉은 악마 옷을 입고 호프집에서 축구를 보던, 그야말로 아름다운 청춘의 한 때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기뻐하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부둥켜 안을 수 있는. 코로나로 뒤덮인 2021년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시절. 지금 편의점의 삑- 하는 소리에서 막 자유로워 진 스무살들에게는 미안할 만큼 자유롭고 아름다웠던 1년이었습니다.
폴란드와의 시합. 1대0으로 리드하던 상황에서 유상철 선수가 멋진 슛으로 점수를 추가했습니다. 사실 저는 축구를 잘 몰랐습니다. 축구팬도 아니었고, 평소에 축구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그의 슛과 세레모니는 저를 포함한 한국사람들 모두에게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하고 그것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몸의 병이란 얼마나 무서운지. 그토록 강인하고 활기찼던 사람을 이렇게 세상으로부터 떼어 내 버리는군요. 조금 더 세상에 계셨더라면 최선을 다 하는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그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볼 수 있었을 텐데.
시간은 앞으로도 흘러가겠지만, 유상철님이 20년 전에 날린 발리슛의 추억은 노년이 되어서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감사했습니다.
고 유상철 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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