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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어려워 정리해 보았습니다(최낙언/예문당)

스모키라떼 2021. 6. 6. 11:34


인간, 감정의 존재

우리는 모두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희노애락애오욕. 감정은 인간 행동의 원천이고 또, 목적이기도 합니다. 화가 나서 누군가를 욕하거나, 기분이 좋아서 누군가를 돕는다거나. 혹은, 두근거리는 흥분을 느끼고 싶어서 놀이공원에 가기도 하지요. 이성이 도구라면, 감정은 동기이며 목적입니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이성은 우월하고 감정은 열등한 것으로 치부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평가할 때에도 이성적인 사람은 인격적이고, 고결하며 감정을 내세우는 사람은 뭔가 부족한 사람으로 취급되었죠. 심지어 한때는 남자는 이성, 여자는 감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남성이 우월하다는 식의 논리로 이어지기도 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죠. 인간의 정신은 대부분 무의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무의식은 감정의 덩어리라는 사실이 프로이트 이후 여러 의사와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이성적 설명은 감정에 대한 추후적인 설명을 할 뿐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지요. 이 책 '감정이 어려워 정리해 보았습니다'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감정에 대한 여러 지식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감정은 뇌의 화학적 작용이라는, 이제는 흔한 상식

감정이 발생하는 기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우울하거나 기분이 좋아질 때 뇌에서 특정한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점은 명확하지요. 특히 세로토닌(Serotonin)은 우리의 감정과 수면, 소화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책에서도 시작부터 끝까지 세로토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같은 이야기를 너무 반복해서 사실 앞부분 50페이지 정도만 읽어도 상관없을 정도입니다.)

세로토닌이 활동이 저해되면 인간은 우울감에 빠집니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우울증 이라는 질병을 얻게 되지요. 우울감은 또 다른 우울감을 가져오기 때문에, 정신적인 의지 같은 것으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세로토닌의 흡수를 방지해서 = 세로토닌이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치료제를 복용하면 됩니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적절하지요. 우울증이 신체적인 질병이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치료'를 해서 해결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지식은 이제는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어서, 굳이 책을 한 권 쓰면서까지 다시 상시기킬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유튜브에 널려 있는 정신과 뇌에 대한 15분짜리 영상을 한두 개 보는 정도면 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요약할 수 있을겁니다.

세로토닌의 작용(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책 제목과 지루한 반복

책 제목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여러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말그대로 '정리'해 두었으리라는 기대로 이 책을 읽으면 크게 실망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을 요약하자면,

1.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2. 감정은 뇌의 호르몬 작용으로 인해 만들어진다.
3. 호르몬 작용은 약물에 의해 치료-조정될 수 있는데, 이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4. 인간의 감각적 인지(청각, 후각, 시각 등)는 외부 정보와 뇌의 재조합으로 인해 만들어진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인간의 여러 감정들을 '정리'해 놓은 책은 아니라는 것이죠. 책의 중반 이후가 되면, 앞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지나치게 반복되어서 지루하고 짜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것도 아주 참신한 내용도 아닌데 말이죠. 최근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분들이 내는 책들이 이런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페이지를 채우기 위한 억지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 책의 경우에요 요약을 하면 1/3정도로 줄일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책으로서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기에는 어렵지만, 저자의 기본적인 입장에는 동의합니다. 감정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 인간의 행동이 감정의 결과라는 것. 그리고 마음의 치료를 위한 약물의 사용에는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이제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해야 할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몸과 더불어 마음의 건강을 들여다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