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기 상어와 핑크퐁, 뽀로로, 타요버스를 모르는 분이 없으실 겁니다. 요즘은 이 캐릭터들이 제3의 양육자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지요.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런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우리의 실생활을 아주 예민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많은 사람들이 볼 것이고, 그래야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최근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기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아기 상어의 캐릭터 구성은 최근 우리나라, 나아가 아시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족 구성의 형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핑크퐁과 아기상어 캐릭터 들입니다.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하는 노래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아기,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상어'가 한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핑크퐁은 아기 상어의 '친구'로 설정되어 있죠. 이상하지 않은가요?(저만 그런가요?)
왜 '동생'상어나 '형(누나)'상어는 없을까요?
그것은 지금 아기상어를 주로 시청하는 아이들(2~3세)에게 형제나 자매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아래에 최근 우리나라의 출산율 통계를 첨부하였는데요. 2008년에 이미 1.2이하로 떨어졌고 2019년에 0.98, 2020년에는 0.8대 까지 떨어졌습니다. 부부가 결혼하면 아이를 한 명 낳거나, 아얘 낳지 않는다는 뜻이죠.
아기 상어 시리즈에는 형제나 자매 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상어가 등장하지요. 왜 그럴까요? 지금 아이들은 조부모님을 한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부부들이 맞벌이 비중이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육아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입니다.
만약에 아이들이 조부모님들을 1년에 한두 번만 뵙는다면 어떨까요? 할아버지와 할머니 상어 캐릭터는 아이들에게 낯선 존재가 될 겁니다. 인형이나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겠죠.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조부모님은 때때로 부모님보다 중요한 양육자가 되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형제 자매의 역할을 담당 해 주시기도 하지요.
지금 성인이신 분들은 어린 시절을 한 번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캐릭터화 한 장난감이 있었나요? 저는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대신 '독수리 5형제'같은 게 있었죠.(형제도 아닌 것들을 형제라 하다니) 지금 아이들 컨텐츠 중에 '형제'가 나오는 게 있나요? 제가 아는 것은 없습니다. 뽀로로에게도 형이나 동생은 없죠. 대신 여러 친구들이 있습니다.
핑크퐁은 어떤 역할일까요? 아기 상어의 '친구'역할입니다. 요즘 어린아이들은 형제나 자매가 없는 대신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갑니다. 빠른 경우에는 생후 6개월부터 갈 때도 있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고, 조부모님이 아이를 하루 종일 보시기에는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의 공동생활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족이 아닌 낯선 존재'를 아주 어릴 때부터 접해야 하죠.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핑크퐁'입니다. 핑크퐁은 어린이 집 친구일 수도, 선생님일 수도 있죠. 무엇이 되었든 간에 핑크퐁은 '가족 외의 낯설지만 중요한 존재'인 것입니다.
물론 아기상어의 성공이 현대의 가족 구성을 예민하게 반영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노래, 아이들의 시각에 맞춘 따뜻하고 단순한 스토리, 원색의 사용을 통한 강렬한 시각적 자극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은 아이에게 친숙한 존재들을 캐릭터 화 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떤 아동 캐릭터가 등장할까요? 무엇이 되더라도 그 시대 가족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금보다 아기 상어의 수가 하나 정도는 많았으면 좋겠네요.
위 자료는 핑크퐁 아기상어의 성공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통계자료입니다. 정말 눈부시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미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예민한 감각을 지닌 한국 콘텐츠의 뛰어난 힘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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