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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의 주식시장 상장과 방탄소년단 어깨에 짊어진 무게

스모키라떼 2021. 4. 26. 12:16

 

 

빅히트. 이제 이름을 하이브로 바꾸었습니다



빅히트의 상장과 사업확장


빅히트의 상장. 작년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초반에 투자했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요. 지금은 빅히트가 이름을 하이브로 바꾸고 미국의 이타카를 1조 1천억에 인수해서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를 소속 가수로 두게 되었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주가도 가파른 상승을 보였습니다.

 

하이브의 방시혁 대표. 사업가로서 정말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출처 : 하이브 홈페이지)

 

하지만 정작 빅히트(=하이브)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더 행복해졌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이제 방탄은 '주주'라는, '아미'와 전혀 다른 사람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었거든요.

 

BTS(방탄소년단) 콘서트 장면(출처 : 하이브 홈페이지)

 

팬클럽 '아미(army)'와 주주의 차이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힘은 단연 '아미'입니다. 방탄소년단은 사실상 '아미'의 힘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라오게 되었죠. 팬과 스타의 관계는 이것만 가지고 논문 여러 편이 나올 수 있을 만큼 복잡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합니다.

'팬과 주주는 전혀 다르다'


라는 것입니다. 만약 방탄소년단 멤버 중 한 명이 아프다고 해 보겠습니다. 팬들은 어떨까요? 함께 마음 아파 하고, 쾌유를 기원할겁니다. 하지만 주주는 다릅니다. 활동 공백으로 인한 매출 저하와 주가 하락을 걱정할겁니다. 둘다 쾌유를 기원하겠지만 동기가 전혀 다릅니다. 

 

빅히트의 상장은 이제 겨우 20대 중-후반인 청년들을 더욱더 철저한 자본주의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상장하기 전에도 방탄 소년단은 빅히트의 가장 중요한 팀이었고, 수익원이었죠.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방탄의 성과는 그들 자신과 소속 회사의 문제를 넘어 수많은 주주들의 재산에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미의 숫자와 방탄의 앨범 갯수는 회사의 케파capa(상품 생산 능력)로 간주되고, 앨범 판매량과 콘서트 스케쥴은 음악 내용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매출의 한 척도가 될겁니다. 연말 시상식은 회사 실적발표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BTS의 모든 활동 결과는 회사 IR정보(투자자들을 위해 공개하는 회사의 정보들)의 재무제표 속 매출액 숫자로 표현될겁니다. 그것 뿐이라면 다행입니다. 방탄 멤버들의 연애, 결혼, 휴식, 여행, 인간관계...이 모든 것이 재무제표의 숫자와 주가를 움직일 요인인 것이죠. 자신의 삶 전체가 회사의 재무제표가 되어 버린 기분이 어떤 것일지,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너무 부정적인지는 몰라도.. 빅히트의 상장은 이 젊은 청년들의 삶을 '박제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고작 20대 후반의 청년들에게 지워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무게입니다. 혹시 앞으로 방탄 멤버들에게 개인적인 어려움이 발생한다 해도 아미들과의 관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인간적인 관계이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사이니까요. 하지만 주주들은 다릅니다. 주주들은 분기별 이익과 주가만 보는 사람들이죠. 어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돈을 벌어와! 라는 것이 주주들의 요구사항입니다. 

 

BTS. 한 회사와 수많은 주주들의 생명을 저 7명의 어깨가 짊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고작 20대 후반의 청년들. 제가 보기에는 너무 가혹합니다.(출처 : 하이브 홈페이지)

 

음악에 미치는 영향


음악에 있어서도 좋을 건 없습니다. 방탄이 음악을 만들 때 주주들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앨범의 성과가 저조하게 되면 이런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른 건 중요치 않아, 잘 팔리는 걸 만들어'라고 요구할 수 있죠. 그래서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주주들의 압력을 겪다 보면 브랜드의 본질이 훼손 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빅히트의 상장은 방탄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겁니다. 

 

BTS의 정국.(출처 : 하이브 홈페이지)

 

증권맨들의 착시


작년에 증권가에서는 아미들이 앞다투어 빅히트 주식을 매입할거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재무제표에 익숙한 증권맨들이 주주와 팬의 큰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팬이 주주가 될거라는 증권가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빅히트가 처음 상장한다고 했을 때, 저 역시 방탄소년단의 팬이었기 때문에 주식을 살까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관계를 팬심이 아닌 자본주의적인 계약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더군요. 차라리 그들의 유튜브에서 뮤비를 보거나 앨범을 구입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유퀴즈라는 프로에 방탄소년단이 출연했었습니다. 저는 뭐랄까, 멤버들이 너무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빛나는 20대 청춘들에게 너무 많이 짐이 지워 져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산업의 일부가 되어, 삶 전체가 상품이 되어 버린 청년들. 심장이 터질 듯 춤을 추는 멤버들의 영상 앞에서 주식 매수 버튼을 누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더군요.

 

우리는 모두 따뜻한 체온을 가진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만든 자본주의는 너무 차갑습니다.

 

* 덧 - 하이브 홈페이지를 보니 지코를 비롯해서 좋은 아티스트들이 추가되었더군요. 이들의 건승을 기원힙니다. 방탄의 어깨가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