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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내용 정리와 민주당의 속마음

스모키라떼 2021. 6. 5. 00:03

민주당과 정부가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을 찬찬히 뜯어 보면, 이것이 완화 방안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해당 내용의 핵심을 요약하고, 그것이 미칠 영향을 추론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 조치를 '뭔가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라는 말로 요약하겠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요건 완화 보도자료(출처 : 금융위원회)

1. 소득기준


소득기준이 기존 부부합산 0.8억(생애최초 0.9억)에서 0.9억(생애최초 1억)으로 상향되었습니다. 대출 가능 대상이 다소 증가할 수 있겠으나, 실효는 별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전국의 집값이 너무 올라 있는 상태에서 그나마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특히 젊은 층)은 어느 정도 소득이 되는 맞벌이 부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소득 기준은 '세전(세금 내기 전)' 기준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해당됩니다.

2. 주택가격 기준


올라간 주택 가격을 고려해서 기존보다 3억 올렸습니다. 투기과열지구는 9억, 조정지역은 8억 이하의 주택이면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급하게 올랐기 때문에 기준을 상향한 것으로 보입니다.(지방의 경우 투기과열이나 조정지역 중에서도 5억 이하 주택이 꽤 많이 있습니다.)

3. LTV 조정


LTV란, 전체 집값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비율을 말합니다. 만약 LTV가 50%이고 집값이 10억이라면, 5억까지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이 바로 이 LTV를 확대 해 주는 것이죠. 위 표에 나와있듯이 주택 가격에 따라 대출한도를 다르게 설정 해 두었습니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6억 이하 60%, 6억~9억 사이는 50%, 조정지역의 경우 5억이하 70%, 5~8억 사이는 60%로, 기존에 비해 10~20% 확대하였습니다. 이 LTV를 적용받으려면, 위의 소득기준(부부합산)과 주택가격 기준을 맞춰야 합니다.

4. 우대수준 - 4억원 제한


이번 대책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최대 대출 금액이 4억이 넘을 수 없게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합산 소득 1억 미만인 사람이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짜리 집을 구입하려 한다면, LTV기준으로는 4.5억을 대출할 수 있지만 이 우대수준을 반영하면 4억 까지만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구입자는 현금 5억은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 때문에 결국 돌고 돌아 예전과 비슷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런 제한을 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미 주택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한번에 풀게 되면, 결국 올라버린 가격을 신규 수요가 떠받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그렇게 비난했던 다주택자들에게 꽃길을 깔아준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부담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세계 1위 수준입니다. 특히 작년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이에, 최근 정부는 DSR규제를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풀게 되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겠지요.(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보인 자기모순은 너무 많아서 새삼스럽진 않지만.)

또한, 앞으로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만약 지금 많은 대출을 내서 집을 샀는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자산은 줄어들고 부채만 쌓인 사람들(소위 말하는 하우스푸어)을 양산할 수 있습니다. 이들 중 대출금리와 원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집이 경매에 넘어가 파산하는 사람들이라도 나오게 되면 정부가 더 큰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대출 한도를 올려줄 수 없는 것입니다.

5.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 조치가 부동산에 미칠 영향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9~10억을 오간다는 점을 고려 해 볼 때, 자기자본 5억 이상을 가지고 대출 최대 금액은 4억으로 집을 구매할 수 있느 실수요자의 숫자가 그리 많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정부에서도 이 점을 고려한 것 같습니다.) 이번 대출규제 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대개 지방에 주거하면서 자기자본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정도일텐데, 그 숫자가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민주당이 이렇게 되기를 의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떤 조치를 취했지만,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진 않을 정도의 조치 말이죠.(부동산 때문에 하도 욕을 먹었으니)

대출 규제로 인한 수요량의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영향도 별로 없겠죠. 결국 이번 조치와는 무관하게 부동산 시장은 흘러갈 것 같습니다. 희극이던 비극이던. 예정되어 있던 수순으로 가겠죠. 어떤 길이든, 누군가에게는 슬픔, 또 누군가에게는 기쁨이겠네요.

이 정부가 만들어 놓은 현실이죠. 그건 참으로. 차갑네요.

대출규제 완화를 발표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