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을 뿐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비트코인 관련 언급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꼰대식 발언'이라며 자진 사퇴하라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시되었고, 벌써(4/25, 오후 6시 기준) 10만 명이 동의를 했습니다. 한편에서는 부동산과 주식이 이미 올라버린 상황에서 절망에 빠진 2030 세대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일방적 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그의 발언과 맞물려(정말 맞물린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비트코인 가격이 15% 정도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은 지금 하락의 여러 요인 중 아주 소소한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손실을 본 분들께는 정말로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오히려 지금이라도 정부의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상자산에 들어간 이들까지, 예컨대 그림을 사고파는 것까지 다 보호해야 될 대상이냐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하루에 20%씩 올라가는 자산을 보호해 주면 오히려 더 그쪽으로부터 간다고 확신한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에서는 10%, 우리나라는 15% 정도 하락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더 큰 하락폭을 보이는 데에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이 작용했다는 인식이 있죠. 하지만, 지금 하락폭이 큰 원인은 단순합니다. 우리나라가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죠. 소위 말하는 '김치 프리미엄'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에 비해 비싸게 거래됐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 투자자들이 소위 말하는 '환치기'로 이익을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더 많은 버블이 쌓여 있었기에, 하락폭도 더 큰 것뿐입니다.
코인 가격의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바이든 정부의 과세 예고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후에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의 자본소득을 올린 사람에게는 세금을 39.6%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 이후 소위 말하는 '큰 손'들이 투자시장을 떠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주식과 코인 가격이 하락을 했는데요, 코인 시장에 준 충격이 훨씬 컸습니다. 코인 시장 기본적으로 버블이고, 따라서 외부 이슈에 훨씬 더 민감하기 때문이죠. (미국 주식시장은 오히려 며칠 뒤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8년의 완벽한 데자뷔
한편, 은성수 위원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2018년에 제기되었던 것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2030 세대의 희망을 짓밟지 말라는 이야기죠. 여러 번 반복해서 언급했지만, 코인 시장은 어떤 부가가치도 창출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했다고 해서 그것이 경제 순환에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죠. 주식처럼 기업의 투자금으로 변환되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 자산이 계속 쌓이게 되면 그것은 곧바로 버블로 이어지게 되고, 소위 말하는 폭탄 돌리기가 될 뿐입니다. 정부가 적절히 제재하지 않으면 그 위험은 점점 더 커지게 되죠. 물론 은성수 위원장의 레토릭 중 '어른이 가르쳐 줘야 한다'라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꼰대의 언어이고 젊은 세대가 반발할 만한 표현이었습니다.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코인 시장에 버블이 가득 끼여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1년 동안 10배나 상승한 자산 가격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비트코인이라는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자산의 가치가 말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의 코인 열풍이 부동산과 주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상실감(벼락 거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2017-18년 사이에 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 당시에는 부동산과 주식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100만 원 대에서 2천만 원 선 까지 솟구쳤었죠. 당시에도 정부에서 규제 발언이 나오자, 정부가 2030 세대의 희망을 짓밟는다는 불만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코인 열풍에 '청춘의 희망'을 갖다 붙이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젊은 세대가 비교적 코인 투자에 많이 뛰어드는 것은 소자본으로도 할 수 있고, 변동성이 강하며, 코인이라는 개념에 친숙하고, 거래 플랫폼에 익숙한 것이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머스크의 트윗)
그러나.. 시대가 청춘들을 암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청춘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점은 저도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정말로 충격적이죠.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서울 아파트 가격이 15% 상승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작년에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0.8%를 기록한 것이죠. 놀랍게도, 출산률의 하락 정도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결국 결혼과 출산에 들어가는 비용이기 때문에 이것이 올라간 만큼 출산률이 떨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정부의 어떤 업적도 부동산 가격 폭등을 상쇄할 수 없다고 봅니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도, 올라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는 추후에 한번 자세히 포스팅해보고자 합니다.
'정치와 시사에 대한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내용 정리와 민주당의 속마음 (0) | 2021.06.05 |
---|---|
2021년,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거 4가지 (8) | 2021.04.27 |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그리고 사기꾼 일론 머스크 (4) | 2021.04.21 |
터키의 가상화폐 거래 금지 조치가 말하는 것(fit. 비트코인) (4) | 2021.04.18 |
민주당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단상 - 질 만 했고, 져야 했다. (feat. 임대차 3법을 통해 본 민주당의 세 얼굴) (0) | 2021.04.08 |